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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하는 힘 일상을 소요하다

와이프에게 들켰다. 큰일 났다.

by 성준이라 2023. 1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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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프 몰래 글을 쓰던 몇 년간의 나의 유희가 끝이 났다. 지금 문밖에서는 와이프와 큰딸이 내 브런치의 글을 뒤적이고 있다. 그런 기분을 아는가? 딱히 잘못한 건 없는데 불안한 이 느낌. 괜히 죄를 지은 듯한 초조함. 앞으로 구독자에 와이프와 큰아이가 있다는 걸 인지하고 글을 써야 할까? 하는 걱정들까지. 이거 어떡하지?!

지금 밖에서 엄마와 딸아이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도대체 무슨 글을 읽고 있는 걸까? 

아... 서둘러 내 브런치의 글들을 다시 읽어보았다. 와이프 흉을 보던 글이 어디였지? 100여 편이 넘는 글은 스크롤만 넘기기도 바쁘다. 하하 이제 늦었다. 알람이 뜬다.

 

https://brunch.co.kr/@teamturtle/39

 

해장국

눈 떠보니 아침이었다. 아니 아침이라고 말하기엔 너무 해가 높이 떴다. 고개를 돌려 옆을 보니 벌써 시계는 11시에 가까워졌다. 어제 신나게 마신 탓에 상쾌한 기분은커녕 올라오는 알코올 기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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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를 만나기 전 대학교 때의 사랑이야기 

 

https://brunch.co.kr/@teamturtle/110

 

비밀을 만들걸 그랬다. 

이제 중학교를 다닐 큰아이가 자신의 출생에 대한 비밀을 파헤치겠다고 나섰다. 아빠의 핸드폰 사진첩에 본인이 태어난 날 보다 하루 전에 자신을 찍은 사진이 있다는 것이다. 아이의 탄생은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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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딸아이의 출생에 관한 비밀이야기 

 

https://brunch.co.kr/@teamturtle/86

 

이런 이유의 이혼이 정당할까? 

어떤 알고리즘일까? 브런치에서 내가 추천해 주는 글들 중의 상당수가 헤어짐에 관한 이야기이다. 새로운 만남의 이야기보다 헤어짐의 과정과 상처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는 이야기들이 노출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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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도 

https://brunch.co.kr/@teamturtle/25

 

06화 와이프가 절대 읽지 말아야 할 글

여성의 모성애는 대단하다. 내 와이프를 보고 느끼는 부분이 대다수 이지만 대부분의 여성들이 이와 같을 거라 생각한다. 모성애는 부성애보다 강하다. 절대적으로 비교할 수 없는 수치라고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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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도. 

 

와이프를 흉보던 글도 있고 큰아이를 놀리던 글도 있다. 심지어 와이프가 고른 100여편중의 첫 선택은 나의 예전 여자친구와의 에피소드다. 촉이 무섭다. 잘못은 아닌데 잘못한것 같다. 아내와 큰딸아이가 살포시 라이킷을 누르고 가셨다.

의미심장한 느낌이지 않은가? 응원일까? 힐난인가? 비난은 아닌듯하고, 놀림인가? 

 


필명의 이유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이 필명 뒤에 글을 쓰는 경우가 많다. 지금의 브런치를 보아도 본명의 작가분은 생각만큼 많지 않다. 어쩌면 나도 익명의 울타리 안에서 좀 더 솔직히 글을 쓸 수 있었던 것 같다. 브런치의 인기장르 중 하나인 결혼, 이혼에 관한 글들도 익명의 울타리 안에서 좀 더 솔직한 글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본명으로만 글을 써야 한다면 조금 더 솔직하지 못했을 거라 생각한다. 글을 쓰는 것은 온전한 창작이 아니기도 하다. 작가의 경험과 상상이 더해져 나오는 경우가 많다. 전혀 새로운 세계관을 창조해 내기란 어렵다. 작가의 경험에 기초한다. 작가들마다 다른 글을 쓰는 이유가 다른 경험들을 했기 때문이다. 내가 육아와 관한, 가족에 관한 글을 쓰는 이유도 그렇다. 나는 육아를 하고 있고, 가족을 잃어 본 적 있다. 내 글이 다른 소재 보다 이런 소재의 글이 많은 이유이다. 

 

 두 번째 이유는 아직 까지 자신의 글에 자신이 없어서 그렇다. 나는 아마추어 작가이다. 글은 아직 성장 중이다. 지금의 내 글이 최선인지도 불분명하다. 스스로의 글에 만족하지 못한다. 그래서 아직은 나를 감춘다. 글에 대한 비난이라도 나오면 내가 아닌 척하면 된다. 회피하기가 쉽다. 이런 까닭으로 필명을 쓴다면, 본명을 썼을 때 글이 더 나아질 수 있다. 내 이름 걸고 하는데 잘 써야 한다. 한 번이라도 더 퇴고하고 발행할 것이다. 어쩌면 글 솜씨는 더 빨리 좋아질 것이다. 

 

  가족들이 내 은밀한 취미생활을 알았다는 것은 나에게 필명의 울타리가 벗겨진 셈과도 같다. 부담이 아닐 수는 없다. 내게서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내 머릿속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느낌이니까. 하지만 한 편으로, 내 글이 가족이 알았을 때 부끄럽거나 알아서는 안 되는 일을 주제로 하지 않으며, 앞으로 가족이 볼 수 있다는 기준에 나는 글을 한 번이라도 더 돌아보고 발행하게 될 것이다. 어쩌면 내 글의 성장 속도는 빨라질 수도 있다. 가족들이 볼 수 있는데 그래야 하지 않을까?

 나는 오늘부터 필명아닌 본명으로 글을 쓰는 셈이다. 앞으로의 내 글이 방향이 달라진 다면, 이것은 다 가족때문이다. 이제 내 집에는 두 명의 편집장님이 계신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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